- 1부 제1장 금리의 차이, 수익의 기회 – 트럼프와 엔케리 트레이드: 강한 통화가 만든 불안한 세계
- 1부 제2장 케리 트레이드의 기본 원리 – 트럼프와 엔케리 트레이드: 강한 통화가 만든 불안한 세계
- 1부 제3장 일본의 초저금리와 엔화 – 트럼프와 엔케리 트레이드: 강한 통화가 만든 불안한 세계
제1부 자본은 어떻게 흘러다니는가
제2장 케리 트레이드의 기본 원리
– 싸게 빌려, 비싸게 굴리는 자본의 게임
1. 이자 차이를 이용한 글로벌 자본의 순환
케리 트레이드는 마치 저금리 나라에서 ‘싸게 돈을 빌려’ 고금리 나라에서 ‘이자를 받으며 굴리는’ 일종의 이자 장사다. 자본을 들고 세계를 떠도는 여행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기꺼이 비행기를 타고 금리가 싼 나라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비싼 나라에 투자하러 간다.
자, 상상해보자. 일본에서는 연 0.1%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국채 수익률이 6%, 브라질에서는 10%에 육박한다.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브라질 채권을 사두면, 환율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연 10% 가까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단순한 구조가 바로 케리 트레이드다.
“싸게 빌리고, 비싸게 굴린다.”
이 말 한마디로 요약되는 전략이지만, 그 속에는 복잡한 세계 경제의 흐름이 얽혀 있다.
케리 트레이드는 개인 투자자보다 기관투자자나 헤지펀드, 글로벌 연기금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단순한 매매가 아니라, 수십억 달러 단위의 장기적인 포지션으로 운용되며, 안정적인 환율과 금리 환경이 지속된다는 믿음을 전제로 움직인다.
2. 환율 리스크와 케리 트레이드의 양면성
이 전략의 핵심은 금리와 환율의 안정성이다. 금리 차이에서 나오는 수익은 명확하지만, 환율이 불안정해지면 상황은 단숨에 뒤바뀐다. 빌린 통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나중에 더 비싸게 갚아야 하기에 수익은 곧장 손실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1달러에 120엔일 때 1,200엔을 빌려 10달러로 바꿔 투자했다면, 시간이 지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 1달러가 100엔이 되면, 10달러로는 1,000엔밖에 못 산다. 빌린 돈은 1,200엔인데, 200엔이 모자란다.
이렇게 수익이 아닌 손실로 전환되는 구조가, 케리 트레이드의 치명적인 리스크다.
그래서 케리 트레이드는 단순한 ‘이자 장사’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환경에 민감한 고도의 전략이다. 특히, 금리와 환율의 방향성이 어긋날 때, 이 전략은 급격한 청산과 시장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케리 트레이드는 이자율 차이를 먹고 자라지만, 환율 변동성이라는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이 잔잔할 땐 돛단배처럼 속도감 있게 수익을 실어 나르지만, 돌풍이 불면 가장 먼저 뒤집히는 배가 될 수도 있다.
이 전략은 금리 차이만 보고 진입해서는 안 된다.
환율의 움직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통으로 감내해야 하는 고위험 고수익 구조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케리 트레이드는 현대 금융시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전략 중 하나가 되었다. 마치 얇은 칼날을 걷는 도공처럼, 정교한 균형 위에 올라선 자본의 기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