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글로벌 로봇 경쟁: 일본과 중국의 사례

이 글은 시리즈 미래의 공장,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인간의 자리 중 12장 중 4장의 글입니다.

로봇, 국력을 겨루다
21세기의 산업 전쟁은 무기보다 ‘기술’로, 인구보다 ‘자동화’로 대결한다. 그리고 그 전장의 중심에는 ‘로봇’이 있다. 로봇 산업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척도이자 산업 생태계의 핵심 축이다. 이 흐름 속에서 일본과 중국은 각각 다른 전략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일본 – 기술 강국의 섬세한 집념
일본은 로봇 강국으로 불린 지 오래다.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를 일찍이 겪은 일본은 1990년대부터 산업용 로봇의 도입과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그리고 지금, 그 로봇은 ‘더 인간답게’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가와사키 중공업의 ‘늑대 로봇’이다. 이 로봇은 단순한 산업용 로봇이 아니다. ‘늑대’라는 별명을 가진 이 로봇은 산악 지형에서도 이동이 가능하며, 수소 연료를 기반으로 친환경성과 지속성을 모두 갖췄다. 군사, 구조, 탐사 등 험지에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로봇은 ‘기능성과 생존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일본식 기술철학의 결정체다.
앗
이와 함께, 일본은 고령자 케어를 위한 감성 로봇, 물류 자동화를 위한 협업 로봇 등 일상과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인간의 삶을 보조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 로봇을 재정의하고 있다.

중국 – 속도와 규모의 나라
반면, 중국은 양적 우위를 기반으로 압도적인 속도와 스케일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유니트리(Unitree Robotics)다. 이 회사는 저렴한 가격과 놀라운 성능으로 세계 로봇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유니트리의 4족 보행 로봇은 발차기에도 쓰러지지 않는 균형 감각을 자랑하며, 큐브를 돌리고 카드 놀이까지 하는 정교한 손기술까지 선보이고 있다. 군사용 정찰, 물류배송, 감시, 교육용 로봇 등 적용 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중국의 전략은 분명하다. 국가 주도의 집중 투자, 시장 기반의 빠른 확산, 그리고 기술 복제 및 자체 발전의 병행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를 넘어 ‘디자인드 인 차이나’로 나아가기 위해, 중국은 전국에 수백 개의 로봇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그만큼 로봇 산업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설정한 것이다.

한국, 어디쯤에 서 있는가
이러한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은 한국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한국은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한 현대차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및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외연 확장과 생태계 구축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의 정밀성과 중국의 스케일 사이에서, 한국은 ‘사람 중심의 스마트 로봇’이라는 차별화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로봇은 단지 철과 회로의 덩어리가 아니다. 그것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이며, ‘살아가는 방식’의 혁신이다. 우리는 그것을 어디에 쓰고, 어떻게 규율하며, 누구와 함께 나아갈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이 곧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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