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1장 소비자물가지수란? – 소비자물가지수 CPI, 숫자 뒤에 숨은 경제의 얼굴
- 1부 제2장 CPI의 역사 – 소비자물가지수 CPI, 숫자 뒤에 숨은 경제의 얼굴
- 1부 3장 CPI는 어떻게 측정되는가? – 소비자물가지수 CPI, 숫자 뒤에 숨은 경제의 얼굴
- 2부 1장 CPI와 우리의 일상 – 소비자물가지수 CPI, 숫자 뒤에 숨은 경제의 얼굴
1부 물가란 무엇인가?
제3장 CPI는 어떻게 측정되는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매월 한 번씩 발표되는 수치지만, 그 이면에는 방대한 현장 조사와 통계적 절차가 존재한다. 하나의 숫자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전국 수천 개 상점과 서비스 제공업체를 대상으로 한 실측조사, 수백 개 품목에 대한 가격 수집, 가중치 조정과 계산이 이루어진다. 이 장에서는 통계청이 실제로 어떻게 CPI를 산출하는지를 살펴본다.
1. 통계청의 조사 방식
CPI는 통계청이 매달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소비자물가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조사는 전국 38개 도시에서 이루어지며, 해당 지역의 슈퍼마켓, 마트, 전통시장, 병원, 학원, 식당,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가격 정보를 수집한다. 조사는 조사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 가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사 대상은 12개 소비지출대분류, 즉 식료품, 주거비, 교통, 교육, 오락문화 등으로 나뉘며, 약 460여 개의 품목에 대해 가격이 수집된다. 품목별로 매월 약 110,000건 이상의 가격이 조사되며, 수집된 자료는 데이터베이스화되어 물가지수로 가공된다.
가격 수집은 동일 품질의 상품을 기준으로 수행된다. 예컨대, 쌀이나 달걀처럼 규격이 명확한 상품은 일정 기준을 정해 조사하고, 서비스의 경우(학원비, 미용실비 등)는 평균적인 이용 조건을 기준으로 한다. 브랜드나 업체가 바뀌면 이를 ‘품질변화’로 간주하고, 물가 변화와 무관한 영향으로 판단한다.
2. 대표상품 선정과 가중치
모든 상품이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은 소비자지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이 실제로 많이 소비하는 대표 상품만을 물가지수 산정에 포함한다. 이를 ‘조사대상 대표품목’이라 부르며, 매 5년마다 재선정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지우개’, ‘카세트테이프’가 포함되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액세서리’, ‘온라인 교육비’가 새롭게 포함되었다. 소비 환경이 바뀌면, CPI의 구성도 함께 바뀌는 것이다.
각 품목은 국민 전체 소비지출 중 해당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가중치(weight)를 부여받는다. 예컨대, 쌀은 많은 가정이 정기적으로 구매하므로 높은 가중치를 가지며, 피아노 조율처럼 일부 가구만 사용하는 서비스는 가중치가 낮다.
이 가중치는 단순한 가격 평균이 아니라 가계의 실제 체감과 지출 비중을 반영하기 위한 조정 장치다. 가격이 많이 오른 품목이라 하더라도 소비 비중이 적다면 전체 CPI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반대로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품목의 가격 변화는 CPI에 큰 영향을 준다.
3. 장바구니 물가의 실제 측정 사례
실제 CPI는 장바구니 물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일상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물가를 의미하며, 대부분은 식료품과 생필품이 중심이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의 대형마트에서는 조사원이 오전 10시~12시 사이에 정해진 브랜드와 규격의 달걀(10개입), 우유(1L), 쌀(20kg), 된장(500g) 등의 가격을 기록한다.
이 조사 결과는 같은 품목이라도 지역별로, 상점 유형별로 가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역 가중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정리된다. 단순히 한 곳의 가격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국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CPI가 산출된다.
예외상황도 있다. 자연재해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거나, 국제유가가 상승해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경우는 일시적 가격 충격으로 보고, CPI 분석 시 별도 지표(Core CPI, 근원물가지수)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복잡한 조사와 계산을 거쳐 만들어지지만, 그 목적은 단순하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를 수치로 보여주는 것.
이를 위해 통계청은 매달 국민의 장바구니를 들여다보고, 그 안에 담긴 가격 변화를 기록한다.
물가를 측정하는 일은 결국 일상의 기록이며, 숫자 뒤에는 삶의 현실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