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기술과 윤리, 그리고 미래의 선택

이 글은 시리즈 미래의 공장,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인간의 자리 중 12장 중 8장의 글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달리고, AI가 시를 쓰며, 뇌세포를 활용한 바이오컴퓨터가 게임을 학습하는 세상이 열렸다. 이 변화는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인간의 삶의 구조와 가치 체계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강력해질수록,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에 마주하게 된다. “기술은 무엇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가?

1. 기술은 중립이 아니다
흔히들 기술은 중립적이라 말한다. ‘기술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문제다.’ 이 말은 절반만 맞다. 기술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목적과 철학, 그리고 사회 시스템에 따라 방향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얼굴 인식 기술은 공공안전을 위해 활용될 수 있지만, 감시와 통제를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결국 문제는 ‘기술을 어떤 가치 아래 설계하고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윤리로 연결된다.

2. 윤리 없는 기술은 위협이 된다
우리는 최근 수많은 논란을 목격하고 있다. AI가 채용 과정에서 특정 인종이나 성별을 차별한다는 보고서, 자율주행차가 사고 상황에서 생명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 바이오컴퓨터가 인간의 신경세포를 학습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생명윤리적 질문들. 이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윤리는 더 앞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은 인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지배하는 체계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3. 윤리를 위한 체계, 지금이 시작점
다행히 세계는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미국과 아시아 여러 국가들도 기술 개발과 관련된 윤리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있다. 기업들도 내부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책임 있는 AI’를 위한 정책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윤리는 선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이 실제 기술 개발의 과정 속에 녹아들어야 하며, 사용자의 일상에서도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기술 기업, 정책 입안자, 윤리학자,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론장이 필요하다.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소수의 공학자만이 아닌,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4. 개인의 선택이 만드는 집단의 미래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끝에는 결국, 우리 개개인의 선택이 놓여 있다. 어떤 앱을 쓰고, 어떤 제품을 구매하며, 어떤 정책에 지지를 보낼 것인가. 단순한 소비자 이상의 역할, 기술과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기술은 우리에게 또 다른 도구를 준다. 하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판단할지는 오로지 우리의 몫이다.

다가오는 미래는 ‘무엇이 가능한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묻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물음에 답하는 순간순간들이, 미래의 윤곽을 그려나갈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답을 쓰는 첫 세대다.’

시리즈 네비게이션<< 제7장 공존의 기술, 새로운 사회계약 – 미래의 공장,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인간의 자리제9장 포스트 휴먼 시대, 인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 미래의 공장,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인간의 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