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인간-기계 공존 사회의 설계도

이 글은 시리즈 미래의 공장,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인간의 자리 중 12장 중 11장의 글입니다.

기술은 이미 우리의 곁에 와 있다.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부터, 공장의 로봇팔, 병원의 AI 진단까지.
더 이상 ‘언젠가’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여기의 현실이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기계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 그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공존을 위한 첫 걸음: ‘인간 중심’ 원칙
기술이 주도하는 세상은 편리하지만, 때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의 AI 판단이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거나, 감정 없는 챗봇이 상담자의 상처를 더 깊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인간 중심(Human-Centered AI)’이란 철학이 필요하다.
기술은 인간의 보조자이자 증폭자로 설계되어야 한다.
의사결정을 완전히 넘기지 않고, 인간의 판단을 최종으로 존중하는 설계
감정, 윤리,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알고리즘 설계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는 소외 계층도 포용하는 디지털 정책
공존은 기술보다도, 기술을 다루는 철학에서 시작된다.

사회 시스템의 리디자인
기술과 공존하는 사회는 단순히 ‘신기술을 도입한 사회’가 아니다. 기존의 제도, 법, 윤리, 복지가 기술 변화에 맞게 리디자인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노동법의 개정: 로봇과 협업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권리 보호, 새로운 직종의 법적 정의
– AI 윤리법 제정: 알고리즘의 책임 소재, 편향 검토, 투명성 확보
– 디지털 복지 정책: 자동화로 인해 실직한 이들을 위한 재교육, 소득 보전 시스템
– 데이터 권리 보장: 개인 정보의 주체성과 소유권 보장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도, 제도는 더디게 바뀐다. 이 간극을 줄이지 않으면 기술은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신뢰를 위한 투명성과 설명 책임
기계와 함께 일하고, 기계의 판단에 의존하려면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설명 가능한 기술(Explainable AI), 투명한 데이터 사용, 책임의 추적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왜 내가 이 대출을 거절당했는지?”
“왜 내 자녀가 특정 학교 배정에서 탈락했는지?”
이 질문에 기계는 답할 수 있어야 하고, 인간은 그 답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의 신뢰는 성능이 아닌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공존을 위한 가치 설계
공존 사회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할지가 아니라, 그 기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다음의 가치들이 사회 설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 연결보다 공감: 더 많이 연결되는 것보다, 더 깊이 이해하는 것
– 속도보다 신뢰: 빠른 의사결정보다, 신뢰 가능한 판단
– 성공보다 존엄: 효율보다 인간다운 대우
이러한 가치 기반 사회 설계가 없다면, 우리는 기술이 만든 ‘유리 감옥’ 속에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공동 설계자로서의 시민
공존의 사회는 ‘위에서 주어지는’ 형태로는 완성될 수 없다.
기업, 정부, 시민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필수다.